[책] 왕을 위한 팬클럽은 없다 (10.12.10) book

왕을 위한 팬클럽은 없다 
이사카 코타로 저 | 양윤옥 역 | 웅진지식하우스 | 2010.10.25 
원제 あるキング
페이지 290| ISBN  9788901114668 
정가 12,000원
 
원래 이런 흥미위주의 책은 돈주고 살 생각이 없는데...
우연찮은 계기가 있어서 사읽게 됨.
 
원작 제목은 "어떤 왕(あるキング)".
역시나 한국판 제목인 "왕을 위한 팬클럽은 없다." 보다 훨씬 어울리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
 
그냥"어떤 왕"정도로 제목을 붙여도 좋았겠지만
그러기에는 뭔가 임팩트가 없다고 판단한 출판사의 생각이였을까?
 
이 이야기는 희극도 비극도 아닌 정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왕"에 대해서
왕을 둘러싼 인물들의 관조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래서 하나의 문장을 보아도
어찌보면 슬프고 어찌보면 대단하고 어찌보면 무섭기도 하고, 또 가슴뜨거워지는
대단히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동시에 느껴지는 점이 독특하다.
 
그래서 "왕을 위한 팬클럽은 없다."같은 미묘하게 마이너스한 묘사가 들어간 제목보다
그저 덤덤히 존재만을 말하는 "어떤 왕"이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별점 : ★★★☆
캠비의 한줄평 : 여러모로 번뜩이는 구석이 많은 소설이지만, 우왁! 하는 임펙트는 좀 부족하단 느낌이랄까.
  
+
문득 하루가 지나 생각해보니
"무조건 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야겠다.
그런 초인적인 능력이 생긴다면 그 능력에 대한 사람들의 동경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능력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균형을 꺨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게 해준 것은 대단하다.
생각을 지평을 넓혀줄 수 있다는 것 역시 책의 미덕 중 하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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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다이킹스는 그저 단풍과 똑같아. ...단풍이 든 산은 우리 지역 주민들의 작은 자랑거리지.
근데 그 단풍이 이기느니 지느니 서로 따지겠소?
 
- 더구나 야마다 기리코는 아직 정신의 껍질이 보들보들하여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쭉쭉 흡수하는 초등학생일 때
그런  일을 경험했으니 그 감격이 어땠을지는 상상하고도 남을 것이다.
 
- "야마다군은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거예요?"
"해바라기 씨앗에게 해바라기가 될 거냐고 물어보니?"
 
- 사람은 할 수 있는 일밖에는 할 수 없어요.
 
- 동급생들은 그를 가까이하기 어려운 존재로 특별히 인정해주었다.
이를테면 신사앞에 놓인 낯설고 신비한 장식물 주위를 다들 멀리서 빙빙 돌며 바라보는 식이었다.
 
- 아이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신사에 신성하게 앉아 있는 신비한 장식물을 발로 걷어차는 흉내를 내면서
마음속으로는 죽을 만큼 오싹오싹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 그 정도 실력인데고 프로에 가지 못한다면 그게 더 오싹할 일이다.
 
- 오쿠는 변함없이 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그라운드를 보고 있었다.
 
-왕은 말씀을 건내주시지 않는다. 하지만 감싸주는 듯한 시선은 보내주셨다.
 
- 세상의 직업을 의미 있는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대충 뒤에서 50번째쯤에 해당할 만한 직업이지.
 
- 원래 강한 놈보다 약한 놈이 더 사랑받는 거야. 불쌍한 놈을 동정하게 마련이거든.
 
- 다음은 마지막 문제다. 지금까지는 한 문제에 10점이었지만, 마지막 문제를 풀면 5만점을 딸 수 있다.
전원에게 역전할 기회가 있다...라는 게 있지? 그거, 난 별로 안 좋아해
 
-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 날씨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여행을 떠나는 날, 날씨가 맑을지 비가 올지는 자기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
스스로 어떻게도 조정할 수 없는 것을 끙끙 고민하며
날씨에 일희일비하느니, 어떤 날씨가 되었건 순순히 받아들여서,
비가 오면 우산을 받고 날이 맑으면 얇은 옷을 입고 가자는 태도를 취하는 게 훨씬 낫다.
 
- 유언실행(有言實行)이란 사람을 확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 어느 날 아침, 네가 집을 나서자마자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두 너의 손에 쥐어진 그 종잇조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대체 뭘 말하는 건가. 하고 오른손을 천천히 펼쳐보니 볼품없이 잘라낸 두꺼운 종이였다.
언제부터 들고 있었는지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알 수 없었다.
이건 그야말로 태어났을 때부터 쥐고 있었던 게 아닐까? 문득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 두꺼운 종잇조각을 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손에 쥐고 다니는 건 관뒀지만, 항상 지니고 다니게 되었다.
호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니고 이사할 때도 버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너는 성장하고 나이 들고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아이가 태어났든 안 태어났든,
아무튼 너는 어느 곳에서 길을 헤메이게 된다.
가까운 지름길을 고른다고 골랐는데 안으로 안으로, 멀리멀리 나아가다 막다른 길에 부딪힌다.
그리고 그 가로막힌 벽에 거대한 패널이 끼워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노인들이 그 앞에서 어떤 이는 지팡이로 쑤셔보고, 다른이는 주저않아 패널을 빤히 바라보기만 한다.
그것이 직소퍼즐이고, 가운데 한 조각만 비었다는 것을 깨달은 너는 갑작스럽게 예의 두꺼운 종잇조각이 생각나
그것을 꺼내 빈 곳에 넣어보았다. 그러자 정확히 맞아 떨어지면서 퍼즐이 완성된다.
노인들은 갈채를 보내는 일도 없이 그저 서로 깊숙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본 너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역할을 잘해냈다고 안도했다.
바로 그것이다. 홈런을 칠 때마다 네가 느끼는 감각은 그런 안도의 감각이다.
도움이 되었구나, 혹은 내 역할을 잘해냈구나.
 
-내가 있어서 균형이 무너진 게 아닐까?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는 지적할 수 없지만, 너는 자신이 홈런을 칠 때마다,
9할에 가까운 타율을 유지하고 타점이 늘어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그 결과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난처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이한 것이기는 하지만, 해가 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배제하지도 못한 채 그저 방치해둔다.
자신이 조화를 어지럽힌다는 것을 하루하루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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